쑥스럽지만 오늘이 제 귀빠진 날입니다.ㅋ

나이먹다보니 이젠 생일도 잘 안챙기게 되더라구요

한국은 보통 생일날 당일에 저녁을 같이 먹는데 홍콩에서는 보통 생일 전날 저녁에 모여서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자정까지 같이 놀죠

그러다가 자정이 오면 본격적인 생일축하파티를 합니다. 케익을 자르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첨엔 이런 문화가 좀 어색했습니다. 무슨 생일파티라고 모여서 몇시간동안 주구장창

먹고 떠들고 마시고 그러는게 말이죠.

이제는 적응이 완벽하게 되었지만 ..

암튼 저는 제 친구들에게 생일이라고 말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제 여친이 저 몰래 제 친구들에게 다 연락해서 간단한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더군요

전 그냥 여친과 저녁이나 먹을까하고 갔었는데 그 식당안에서 몰래 숨어 기다리던 제 친구들이 절 맞아줬습니다

아주 살짝 놀라긴 했네요

그런데, 저녁식사가 끝나고 다같이 간단히 와인을 마시다 2차 장소로 자리를 옮기려는데

여친이 저에게 뭔가를 내밀더군요

다름아닌 여친의 신용카드였습니다. 그리고 그 위엔 작은 포스트잇이..

이걸 사진으로 찍었어야 했는데..제가 경황이 없어서 찍질 못해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아무튼 그 카드위에 작은 포스트잇으로 이렇게 적어놨더군요

원문은 영어입니다

"오빠 생일 축하해! 내가 생일상 차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대신 오빠 생일파티 저녁은 내가 사게 해줘!"

순간 고마우면서 뭔가 울컥하기도 하고 생전 처음으로 여친에게 카드를 받아 생일 잔치를 치뤄보는지라

그게 어떤 느낌인지 감동인지 잘 모를 정도로 어벙벙해지더군요

총 8명이서 먹은 저녁식사값이 HK$ 6,000. 원화로 90만원 정도 나왔더군요

여친 월급이 어느 정도인지 뻔히 아는 입장에서 그 이상은 너무 부담스럽고 미안하다 싶어서

2차 술집에서는 여친모르게 제가 재빨리 계산을 해버렸네요

지금의 여친과 3번째 같이하게된 생일..

매번 제 생일때마다 뭔가를 해주려고 부던히 노력하는 그 모습이 고맙다 생각은 했었는데

이번엔 뭔가 좀 다른 감동을 주었네요

반전은... 생일 미역국 제가 직접 끓여먹었다는 슬픈 사실 ㅠㅠ